Sunday 13 April 2014

PAJU ACCESS전

PAJU ACCESS
아트스페이스 휴 기획 그룹전
2103. 11.20- 12.20
아트스페이스 휴


파주행_ 상념의 행로

작업실로 향하기 위해 매번 짐을 꾸린다. 서너 시간의 그 길지 않은 여정 동안 나는 매번 나의 행로를 타자(他者)가 되어 들여다본다. 기차 안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의 잔상은 어느새 나를 끝없는 상념의 세계로 이끌고 나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와 마주치고 이야기한다.

파주 행은 아버지의 청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빛이 바래고 여기저기 낡아지기 시작한 가죽서류가방을 떠올리게 했다. 이젠 등이 휘기 시작하고 뛸 걸음에 숨가빠하는 한 노인의 지나간 세월, 성공과 실패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 가방의 냄새가 떠오른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그 가죽주머니에 나는 이야기를 담고 예의 상념들을 늘어놓았다.

파주로 향하는 길이 아버지의 가죽가방을 떠올리게 한다면 파주라는 도시 자체는 내게 새들의 도시로 각인된다. 남부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철새의 이동하는 모습이 여기서는 유난히 가까이 자주 보인다. 코끝이 시리기 시작하는 가을 녘이 되면 이름도 모르는 철새들이 서둘러 이주를 시작한다. 어느 날인가 그네들의 낮은 비행 덕에 남쪽으로 출발하는 한 무리를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도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선두에선 우두머리, 후방의 호위병 그리고 낙오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간무리들….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그 속에서 비쳐지는 인간사가 이상하게도 내겐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1999. 그때 처음 미술학도가 되기로 결심하고 갓 편입하여 학교생활에 적응할 때 그 때도 나는 같은 감성으로 새들을 바라보았던 것일까? 간직하고 있던 99년의 드로잉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여행은 내게 묘한 설렘을 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 속에서 백일몽을 꿈꾸며 황홀경에 젖어 든다. 내가 아닌 내가 될 수 있는 순간, 또 다른 페르소나와 조우할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들이 여행이, 파주로 가는 길이 내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차원을 넘나드는 이 생각의 행로는 그야말로 해봄직한 행위예술인 셈이다.

The way home+ Nomadia_one channel video_dvd player_1.26min_2013
The way home+ Nomadia_one channel video_dvd player_1.26min_2013

No comments: